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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교에서 청각을 전공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공모전을 한다는 공지를 받았습니다. 제3회 오티콘 챌린지 2020이었습니다. 공모 부문에 영문과 국문이 있었습니다. 취미로 영어 공부를 5년간 꾸준히 해왔지만 전공과 관련해서 영어를 활용할 기회가 없었습니다. 팸플릿을 보자마자 “이거다!” 라는 생각을 했고 바로 오티콘 이벤트 홈페이지에 접속했습니다. 개인 또는 팀으로 참가할 수 있었고 혼자보다 두 명이 낫다는 생각에 당장 오후부터 파트너를 찾기 시작했습니다. 하지만 파트너 찾기는 어려운 일이었고 결국 혼자 참가해야 했습니다.
기말고사 무렵, 기획서 제출기한이 다가왔습니다. 기말고사를 준비하면서 동시에 공모전을 준비해야 했습니다. 스스로 ‘두 가지를 동시에 할 수 있을까?’ 라는 의문을 만들었지만 교수님께 공모전에 참가한다고 말을 했기 때문에 포기할 수 없었습니다. 시험을 치고 김진동 교수님(청각 교수님) 연구실에 가서 아이디어회의를 했습니다. 개인으로 참가했지만 교수님이 파트너라고 생각했고 교수님과 많은 대화를 했습니다. 아이디어를 뒷받침할 자료를 찾는 일이 생각보다 힘들었습니다. 인터넷에 있는 정보는 제한적이었고 오래된 기사들뿐이었습니다. 시장조사를 위해 무작위로 선정한 보청기 센터와 이비인후과에 전화해서 질문을 했습니다. 처음 통화를 할 때 두려웠지만 통화 횟수가 늘수록 질문이 자연스러워졌고 자신감도 생겼습니다. 통화해주신 청능사 선생님들 정말 감사합니다.
이틀 후, 1차 공모전 합격자 발표가 있었습니다. 언어치료실습이 있던 날이었습니다. 치료를 끝내고 나왔더니 참가한 다른 팀이 합격했다는 소식을 전해줬습니다. 정말 기뻤습니다. 투자한 노력과 시간을 보상받는 기분이었습니다. 이때쯤 학교에서 청각 실습과 언어 치료 실습을 동시에 했습니다. 오전에 청각 실습을 하고 오후에 언어 치료를 했습니다. 매일 두 개 이상의 보고서를 쓰고 치료 준비를 하느라 바빴지만 ‘오티콘 공모전’ 생각을 끊을 수 없었습니다.
2차 심사 관련 오리엔테이션을 하고 사일 뒤, 처음으로 멘토님들을 만났습니다. 반가움도 잠시 기획서에서 수정할 부분을 말씀해 주셨고 정신이 아득해졌습니다. 기획서의 내용을 더 자세하게 만들어야 했고 피피티도 수정해야 했습니다. 백신성 멘토님께서 “오늘부터 엄청나게 바쁠 거에요.” 라고 하신 말씀이 귓전에 맴돌았고 곧 현실이 되었습니다. 어느 지역에 수리센터를 지을 건지, 한 곳에 몇 명의 수리기사를 배정할 건지, 수리할 보청기를 어떻게 배송할 건지 등 왜? 어떻게? 에 대한 답변을 찾기 위해 보청기 센터와 이비인후과에 직접 전화해보고 보청기 사용자에게 문의해보고 교수님께 여쭤보며 정보를 모았습니다. 수집한 정보를 정리해서 멘토님들이 있는 단톡방에 올리면 바로 피드백을 주셨습니다. 피드백의 끝에 항상 칭찬과 응원을 덧붙여 주셨습니다. 그 당시, 시간에 쫓겨 마음이 많이 불안정했습니다. 멘토님들이 응원을 주실 때마다 마음을 가다듬고 다음 일을 할 수 있었습니다. 전혜은멘토님, 백신성멘토님 정말 감사합니다.
1차 피드백 이후 8일 동안, 편안히 잔 날이 하루도 없었습니다. 발표 전날 2차 피드백을 받고 서울행 KTX 안에서 피피티를 수정했습니다. 숙소에 도착 후, 발표 당일 새벽까지 피피티 내용을 추가하고 발표 대본을 수정했습니다. 당일 아침에 영상과 피피티 최종본을 보냈습니다. 스스로 정말 대견했습니다. 이렇게만 산다면 10년 뒤 제프 베조스가 될 수 있을 것만 같았습니다.
드디어 발표 당일입니다. 오티콘 서울지사에 방문하는 것도 설렜지만 멘토님들을 직접 본다는 게 더 설레었습니다. 설렘도 잠시 당일 일정이 빡빡했습니다. 회사 투어를 하고 브랜딩 강의를 들으며 발표에 대한 부담감을 잠시 잊었습니다. 낯선 환경과 처음 접하는 강의에 상기되었습니다. 시간이 정말 빨리 지나갔습니다. 점심을 먹고 바로 발표 준비를 했습니다. 세 시간 동안 줄곧 발표연습을 했지만 본발표때 준비한 모든 것을 보여드리지 못했습니다. 많이 아쉬웠습니다. 하지만 홀가분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 안에서 줄곧 잠만 잤습니다. 집에 도착했을 때 늦은 밤이었습니다. 지난 일주일이 꿈처럼 느껴졌습니다. 김진동 교수님, 제프리 선생님, 전혜은 멘토님, 백신성 멘토님 덕분에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할 수 있었습니다. 이번 공모전을 준비하면서 보청기 수리 과정, 비용, 사후 서비스 기간, 서비스, 현재 보청기 시장, 고객의 니즈에 대해 정확히 알게 되었습니다. 청각 실습을 나갔을 때 들었던 얕은 정보들을 깊게 공부할 수 있었습니다. 청각을 공부하는 학생으로서 꼭 참가해야 하는 공모전이라고 생각합니다. 제3회 오티콘 챌린지 2020에 많이 지원했다고 들었습니다. 2022, 2030에는 더 많은 지원자가 참가하는 공모전이 되면 좋겠습니다.